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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지원] [시사저널] 무익한 종(從)은 이제 물러갑니다

2017-01-03 17:47:16

35년 만에 은퇴약속 지킨 김동호 ‘높은뜻 연합선교회’ 목사
[이민우 기자] 말끔히 한복을 입은 노신사가 연단에 올랐다. 잠시 뜸을 들인다. 헛기침을 한 번 하더니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본다. 무언가 그간의 일들을 되새기는 듯 회한에 잠긴 표정이었다. 짧은 침묵에도 그를 바라보던 250여 명의 사람은 그 의미를 아는 듯 짧은 여유를 선사한다. 이내 마이크 앞에 한 걸음 다가선 그는 35년 전인 1981년 모교회의 담임 목사(임택진 목사)의 아름다운 은퇴 이야기를 꺼낸다. 임 목사가 그랬던 것처럼 성경책 누가복음 17장 9절과 10절을 언급한다. 그러면서 “35년이 흘러 제가 당시 은퇴하던 목사님의 나이가 됐다.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은퇴를 하게 됐다”며 은퇴 소식을 알렸다.

2016년 12월11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신수동 광성고등학교 지하강당에서 열린 ‘높은 뜻 광성교회’ 주일예배 4부. 설교에 나선 김동호 목사는 화려한 은퇴식도 없이 이렇게 담담히 목회권을 내려놓았다. 중간에 설교 내용을 담아놨던 태블릿 PC가 멈추는 사고도 발생했지만, 그는 당황하지 않고 여섯 가지 부탁을 남기며 마이크를 놓았다. 그는 그렇게 “만 65세가 되면 은퇴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이로써 8년 전 ‘높은 뜻 숭의교회’를 해체하고 분리한 뒤 주말마다 8개 교회를 순회하며 설교했던 일도 그만 두게 됐다. 원로목사 직책도, 교회 재정 사업에 관여하는 역할도 모두 손을 뗐다.

높은 뜻 광성교회 마지막 설교를 마친 뒤 담임목사실을 찾았다. 기자와 만난 김 목사는 자신의 은퇴에 대한 관심을 부담스러워했다. 그는 “은퇴를 결심한 게 아니라 정해져 있는 것을 지켰을 뿐”이라며 “일찍부터 은퇴를 준비해왔기 때문에 섭섭하지 않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한국 교회가 교회를 위한 활동이 아니라 세상을 위한 활동을 이어나가야 한다”며 “그간 바빠서 못했던 성경책을 깊이 읽으며 후배들의 울타리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 목사와 나눈 대화다.

ⓒ 시사저널 이민우

학교에서 예배를 드리는 점이 특이한 것 같다.

학교를 빌려서 예배를 드리는 점을 특이하게 보는 게 이상한 것 아닌가. 주일(일요일)에만 빌려서 예배를 드리다보니 공간의 낭비가 없다. 사업을 하는 분들은 집을 팔아서 사업 자금을 하지, 사업 한다고 돈을 빌려서 집부터 사지 않는다. 교회도 물론 예배당이 필요하다. 그러나 선교나 사역(使役·교회에서 맡은 사업)을 하는 것이 먼저다. 그런데 한국 교회가 잘못하다보니까 건물 짓는데 돈을 써서 사업비가 없다. 일을 못해서 무너지게 된다. 예배당은 나중에 짓게 되겠지만 일부터 하자는 생각이었다.


마지막 설교 중에서 ‘보이지 않는 성전 건축’이라는 표현을 쓰셨다.

비슷한 의미다. 학교 강당을 빌려 예배를 드리면서 건축 헌금을 통해 200억원을 모았다. 교회 건물이 ‘보이는 성전’이라고 한다면 하나님의 일을 하는 게 ‘보이지 않는 성전’이다. 건축 헌금이라고 해서 꼭 교회를 세우는 일을 의미하지 않는다. 탈북자들이 일할 수 있는 공장도 세우고 재단도 설립했다. 창업하는 일을 지원하기도 한다. 한 때 학교에서 나가라고 해서 건축 성금을 쓸까 흔들리기도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길바닥에서 예배드릴 용기를 냈다. 교회 이름을 ‘높은 뜻 광야교회’로 바꿀 생각까지도 했다. 교회가 분립돼서 4개로 나눠졌고, 현재 8개까지 늘어났다. 하나님의 뜻을 지킨데 대한 응답이라고 본다.


은퇴 설교를 하게 됐는데 심정은 어떤가.

갑자기 은퇴했다면 조금 섭섭할 수 있지만, 차분히 준비해왔기 때문에 담담하다. 오늘(12월11일) 높은 뜻 광성교회에서 마지막 설교였다. 이제 ‘씨앗되어교회’(충남 천안) ‘높은뜻섬기는교회’(경기 남양주)에서 연설을 끝으로 마무리하게 된다. 은퇴 준비 과정이 있었다. (후배들에게 역할을 넘겨주고) 거의 은퇴에 준하는 상태에서 8년을 보내왔다. 내적으로 연착륙이 된 것 같다.


은퇴를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은퇴는 결심하는 게 아니라 정해져 있는 거다. 모두 정년이 있는 거다. 65세 정년이 있다. (설교를 그만 두는 것이) 쉽진 않다. 그렇다고 계속 하는 것도 옳진 않다. 일반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교회 세습 반대 활동을 오랫동안 지속하신 이유는.

오래 전부터 교회 세습은 옳지 않다고 여겼다. 일반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자기 권력을 이용해 딸을 취업시키면 장관도 물러나는데, 교회를 물려주고 하는 일은 왕정 시대에나 있었던 일이다. 그래서 교회가 뒤처지고 지탄받는 게 아닌가. 한국 교회가 쇠약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 활동을 통해 많은 교단에서 세습금지법을 도입했다. 잠시 다른 목사에게 넘겼다가 세습하는 편법이 나타나고 있지만, 또 이를 반대하는 움직임도 여전히 있다.

ⓒ 높은뜻광성교회 김기성 제공

일각에선 일부 성공한 목사들의 얘기이며, 전체 이미지를 훼손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아니다. 실제 통계가 나왔다. 조그만 교회들도 세습한 곳이 많았다. 일부만 빼놓고 다 세습했다. 실제 세반연에서 세습한 교회 명단을 공개했는데 어마어마했다. 웬만한 교회는 다 했다고 보는 게 맞다. 안한 교회가 드물다.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있는 것 같다.

교회가 방향을 잃었기 때문이다. 모든 조직이나 개인은 목적이 있다. 목적이 사라지는 순간 방향을 잃어버린다. 방향을 잃으면 성공할 수 없다. 하나님이 교회를 왜 세우셨겠나. 성경의 핵심 메시지는 ‘세상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교회는 하나님이 사랑하는 세상을 섬기라고 있는 것이다. 그 목적을 수행할 때 교회는 가치가 있어진다. 자기 욕심에 목적 잃고 목적 위해 쓸 돈을 자기 위해 쓴다면 좋은 것 같지만, 존재 가치가 사라지게 된다. 나중에는 맛을 잃은 소금처럼 사람들의 발에 밟힌다. 비난받고 조롱당한다. 한국 교회가 그런 것 같아서 안타깝다.


다른 교회들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 교회가 규모 성장에 집중하면서 큰 교회가 많이 생겼다. 예배당 건축만 해도 몇천억원씩 쓰기도 한다. 여기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왜 교회 규모에 집중하게 되는가 하면 사이즈가 커질수록 그 안에 힘이 생긴다. 사람이 많이 모이면, 예산 규모가 커진다. 이안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고 움직이는데 권력이 생긴다. 거기에 맛 들리면 교회 규모를 키우는데 집중한다. 규모가 커지는 것은 건강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비만에 걸린다. 비만이나 고혈압에 걸리면 교회가 무너진다. 


지금까지 박근혜 게이트나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비판하는 등 소신 발언으로 주목을 끌기도 했다.

내 나름대로 목사니까 얘기하는 것이다. 성경에 따라 특정 사안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해야 한다고 본다. 옳은 건 옳다고 아닌 건 아니라고 하는 것이 목회자가 해야 할 일이다. 내가 틀릴 수도 있지만, 그게 두려워서 발언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렇게 되면 대화나 토론이 되지 않는다. 물론 주변에서 반대는 언제나 있었다. 남파 간첩 소리까지 들었다. 주변의 목소리에 눈치 보지 않고 소신껏 이야기했다. 


최근 NGO 활동에 집중하고 계신다. 목회 활동을 하며 자선구제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나는 성경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를 공부했다. 그곳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같이 사는 곳이다. 가난한 자가 있는데 부자만 잘 먹고 사는 곳은 하나님 나라가 아니다. 탈북자나 다문화가정 등 사회적 취약 계층을 교인들이 도와야 한다. 무조건 돕는 게 아니라 직접 일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은퇴 이후 무엇을 가장 하고 싶은가.

그간 목회 활동을 하면서 성경을 깊이 읽는 일을 하지 못했다. 여유를 갖고 성경을 깊이 읽으며 신앙생활을 즐겁게 하고 싶다. 그러면서 후배들이 일하도록 울타리나 바람막이가 돼 주고 싶은 바람은 있다. 물론 은퇴 이후 놀고 싶다. 노는 것을 죄악시하거나 부정적으로 생각하는데, 노년에 건강하게 잘 노는 것도 중요하다. 여행도 다니고 운동도 할 계획이다. 


“김동호 목사는 구세주 같은 분”
탈북자 청년에서 ‘이야기를 담은 라멘’ 사장님으로 변신한 이성진씨


ⓒ 시사저널 이민우

흔히 탈북자들이 한국 땅을 밟으면 자유에 대한 기쁨은 잠시 스치고 지나간다. 아무도 모르는 낯선 땅에서 홀로 살아야 하는 ‘현실’을 직감한다. 그리곤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사람들의 편견에 맞서야 한다.
 
2004년 북한에서 탈출해 한국에 도착한 이성진씨(27)도 마찬가지였다. 10대 중반의 소년이 홀로 낯선 사회에서 마주한 현실은 혹독했다. ‘어디에서 왔느냐’는 호기심 어린 물음이 가장 싫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강원도 어디에서 왔다고 둘러대기도 했다. 이씨는 “처음 1~2년 동안은 정말 끔찍했다”고 회상했다.

그랬던 그가 어엿한 사장님으로 변신했다. 12월14일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동에 ‘이야기를 담은 라멘집’을 연다. 이씨가 라멘집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가게 이름 그대로 스토리가 담겨 있다.

2015년 김동호 목사가 이사장을 맡은 피피엘 재단은 ‘100명의 사장님을 만들겠다’는 ‘백사장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탈북자 청년들의 지원을 받았다. 이씨는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지원했다.

워낙 주변 사람들에게 속았던 주변 탈북자들은 ‘사기’라며 의심어린 눈초리를 보냈다. 교육 과정이 힘들어 중간에 그만두는 친구들도 있었다.

마침내 1년이 넘는 노력 끝에 결실을 맺었다. 이씨 자신도 믿기 힘들었다. 1억5000만원의 가게 오픈 비용은 재단에서 빌려줬다. 가게 인테리어부터 집기까지 대부분을 김동호 목사와 의논했다. 이씨는 “김동호 목사는 잔소리를 많이 하지만 여전히 나에겐 구세주 같은 분”이라며 “얼른 가게가 잘 돼서 저 또한 빌린 돈을 갚고, 또 모은 돈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쓰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백사장 프로젝트를 구상한 김동호 목사는 “탈북자 청년 한 명을 사장으로 만드는 일은 다른 탈북자들에게도 희망을 줄 수 있다”며 “모금해서 후원해서 주는 것보다 효율적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